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원년멤버 류수영과 손진영의 불타는 각오였다. 둘은 ‘진짜 사나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류수영은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했고, 손진영은 내무반 분위기 메이커였다. 둘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프로그램 끝까지 함께 버텨 ‘병장 제대’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 바 있다.
그랬던 둘이 특별한 사유 없이 진짜 사나이를 떠났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시청자들은 원성을 토해냈다. “조직력이 와해됐다”며 정든 류수영과 손진영의 하차 속사정이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한 애청자는 “류수영과 손진영은 샘 해밍턴, 서경석 등과 환상의 팀워크를 과시했기에 돌연 하차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외압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손진영은 내무반에서 샘과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는 등 영혼의 단짝으로 불렸다. 또 연예인이지만, 연예인 같지 않은 리얼 구멍병사로 사랑받았다. 류수영 또한 동기들을 일일이 챙기는 자상한 엄마 캐릭터였다. 샘이 체력단련 구보에서 뒤처지자 어깨동무를 한 채 함께 달렸다. 박형식과 서경석이 육체 피로를 호소하자 류수영은 인간 박카스를 자처했다.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기 드문, 희소가치가 높은 캐릭터였기에 둘의 하차가 쓰리다.
둘이 빠진 대신 대만계 캐나다 아이돌 헨리와 뮤지컬배우 박건형, 가수 케이윌, 배우 천정명이 새로 들어올 예정이다.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사실상 시즌2를 선언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식상함 방지 차원서 대대적인 물갈이로 해석된다.
그러나 어찌 됐건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방송 초기 장안의 화제를 모으며 호평을 받을 때 제작진과 출연진은 한목소리로 “최소 병장 진급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제작진은 “변화를 주기 위해”라는 애매한 이유와 함께 이들의 하차를 결정했다.
특히 손진영은 머리를 박박 밀고 ‘진짜사나이’에 매진할 정도로 열성을 보인 군인이었다. 류수영도 ‘진짜사나이’ 실질적 에이스였다. 그러나 도중에 비슷한 캐릭터 장혁이 들어오면서 류수영 캐릭터가 희석됐다. 만능FM 별명이 장혁에게 넘어가자, 제작진은 최근 류수영에게 돌쇠라는 낯선 별명을 지어줬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아쉽다. ‘진짜사나이’를 비롯해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며 결국 악수를 둔다. ‘남자의 자격’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나혼자 산다’ 등이 초심을 잃고 무너지거나 방황 중이다.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마다 기웃거리는 인맥 파워, 단기적 시청률에 민감한 정서가 또 하나의 촉망받던 기획 예능 프로그램을 무너뜨리기